랭카스터 카운티에 도착하여 ‘아미시 호텔’에 들어갔다. 뜻밖에 주인은 아미시가 아니라 짙은 인도 억양의 단신 아시아인이었다. 행장을 풀고 관광을 위해 ‘아미시 관광센터’에 들어갔다. 역시 운영주체는 아미시가 아니라 그들의 신앙적 사촌격인 메노나이트 공동체였다. 이들은 Ana-Baptist라는 급진종교개혁의 뿌리는 같지만 Menno-Simons의 신앙노선을 따르는 사람들로서, 고등교육을 권장하고, 현대문명을 적극 수용한다는 면에서 아미시와 쉽게 구별된다. 다음 날, 아미시의 상징과 같은 말 마차(Horse and Buggy)를 타고 카운티 한 바퀴를 도는 표를 끊으러 갔다. 이제야 드디어 아미시맨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상 그는 고용된 마스코트에 불과했다. 그의 역할은 사람들이 잘 보이는 길가 매표소 앞에서 인형처럼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사나이는 우선 독특한 수염과 복장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들 속에서도 한 눈에 띄었다. 그의 치아는 누렇고, 눈빛은 풀어져보였으나 마음의 평정심만은 인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때 뉴욕의 일산쯤 되는 코네티컷에서 왔다는 한 젊은 남자가 그의 남루하고 비현대적인 외모를 구경거리 삼아 훑어보다가 물었다. “당신들 평균수명은 얼마나 되오?” 순간 나의얼굴이 닳아 올랐다. 마치 동물원 짐승의 발육에 대하여 관찰하며 묻는 질문 같은 어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저 17세기의 사나이와 이 무례한 21세기 미국인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긴박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의외로 쉽게 종료되었다. 아미시맨은 ‘평균수명’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들의 정규교육은 8학년으로 끝난다. 더 이상의 학문이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자식 낳고, 농사짓고, 공동체생활하며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랭카스터의 모든 도로는 최하위차선이 특히 반들반들 윤이 났다. 무쇠바퀴의 말마차가 다니는 차선이기 때문이었다. 마부에게 아미시가 차를 타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자동차를 사용하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생활반경이 너무 넓어져서 이웃과 교제가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공동체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공동체의 깊은 교제를 위해 편리를 포기하고 가까운 이웃과 더 깊은 교제를 하면서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의 교제와 비교가 되었다. 마차가 저렴해서 타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도 살 수 있는 값인 5천불이 넘는다고 했다. 과학과 기술원리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무지하지만 창조의 섭리를 따라, 언제 무엇을 뿌려야 양식을 삼을 수 있고, 가축을 길러서 젖을 짜고, 공동체의 유익을 누리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들은 우리의 교사들이다. (다음 주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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