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메노나이트 교회가 적어도 Lancaster에서는 주류교회였다. 어디를 가나 좀 큰 교회는 거의 메노나이트 교회들이었다. 관광안내 센터에서 일하는 Carolyn Graff 자매님은 역시 급진종교개혁의 한 분파인 스위스 형제교회를 섬기는 독일계 중년 부인이다. 그분을 우리 차에 태우고 아미시 마을을 돌아보면서 한 수공품 점에 들렀다. 캐롤린 자매님이 혼잣말 하듯 말했다. “모셰형제가 있으면 차에서 내려서 상점 안을 구경시켜 줄 수도 있을 텐데” 요행을 기대하며 찾아갔지만 그는 가게를 열어놓고 외출중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핸드폰으로 연락해보면 될 텐데.” 그런데 상점의 간판은 있지만 전화번호가 없다. 전화기 없이 비즈니스를 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그러나 아미시 사람들이 전화를 사용하지 않게 된 연유가 재미있다. 원래 아미시 사람들은 일찌감치 전화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었다. 당시 전화기 한 회선을 여러 가구가 병렬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식이어서 본의 아니게 수화기를 들면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다른 집의 통화 내용이 그대로 들렸다. 그런데 통화내용 가운데 다른 사람에 대한 뒷공론과 수다가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잡담이 공동체를 위해 유익할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결국 아미시 지도자들은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미시 공동체의 3대 기본정신은 단순함(Simplicity), 순종(Obedience), 그리고 겸손(Humbleness)라고 했다.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서도 3대 정신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전화기를 볼 수 있었는데, 응급환자 발생과 같은 비상시를 대비하여 예외적으로 한 동네에 한 두 대 정도, 그런데 집 밖에 별도로 작은 부스를 지어서 그 안에 전화기를 두고 있었다. 70년대 내 고향 마을회관에 있던 전화와 같은 용도였다,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복잡하게 연구하거나 얼굴 붉히는 논쟁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결정했다. 끊어버리기로... 공동체를 위해서...(다음 주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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