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번국도를 따라 반석동으로 들어가는 길 우편에 한 음식점이 있습니다. 그 집 옥상 광고판에는 "ㅇㅇㅇ건설" "악덕", "처단한다", "각성하라" 등 의 문구가 계속 반복하여 나타납니다. 그 건설회사가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라는 사실은 1번국도가 선형변경을 하기 전에 그 길을 다녀보신 분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번국도는 비록 왕복 2차선에 불과했지만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만해도 국토의 남북을 잇는 동맥과 같은 위상의 길이었습니다. 유성에서 연기군(현 세종 지역)로 가려면 반석동에서 안산동, 금남면 용담리, 국곡리, 두만리, 감성리, 발산리를 지나 대평리까지 안산천을 따라 굽이굽이 물길을 따라가는 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음식점 1층이 국도와 높이가 같았고 영업이 잘 됐습니다.
그런데 직선화하면서 해당구간의 노면이 10미터 가까이 높아졌고, 그 음식점은 1번국도를 달리는 수많은 운전자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음식점 옥상이 8차선 노면과 비슷해져서 운전자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습니다. 눈에 띄더라도 구도로로 고속으로 달리던 운전자가 우회해서 그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더니 어느날 그집 옥상에 험악한 문구의 광고판이 나타났습니다. 누구나 쉽게 그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자에게는 1번국도가 직선화되고 넓어진 것이 잘 된 일이지만 그 음식점에게는 생계를 잃게 만든 재앙이었던 것입니다. 거기까지가 내가 경험한 객관적인 사실들이고, 또한 운전자로서 내가 느끼는 점입니다.
미움은 사랑만큼이나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시킵니다. 한 사람이 미워서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있고, 반면에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도 있습니다.
우리는 미움과 사랑 중에서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중간에 "무관심"이라는 중립지대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립지대는 에너지가 없어서 어떤 일도 이룰 수 없고, 아무런 성취도 없는 동물적 삶이기 때문에 오래 머물 곳이 못됩니다. 자동차를 공회전시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제는 미움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버려야 합니다. 그분의 딱한 사정은 동정이 가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만드는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광고판에 미움을 내리고, 그 손짜장이 한 그릇에 얼마인지를 알려주시고,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요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신을 축복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