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oard

목회자칼럼

기도가 응답될 때, 당황하지 않고

	미국에 있을 때 기완이는 아빠가 학교에서 일찍 귀가하는 날이면 Lynchburg Music Center라는 악기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악기점에 도착하면 기완이는 매번 처음 온 것처럼 모든 악기들을 만지작 거리면서 넓은 가게를 구경했습니다. 나는 아이가 혹시 무엇 하나라도 파손할까봐 걱정돼서 직원들 눈치를 보며 졸졸 따라다니면서 단속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Best Buy라는 전자제품 가게를 갔는데 전자기타를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악기전문점이 아닌 전자제품 가게에서 파는 기타라서 악기 가격으로는 아주 싼 가격이었지만 여전히 적은 값은 아니었습니다. 잘 배우겠다는 다짐을 받고 큰 맘 먹고 하나 사줬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가르쳐줬더니 전과 달리 꽤 의욕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본 코드 몇 가지를 가르쳐줬지만 역시 연주와 노래가 따로 놀아서 들어주기에 불편한 소음에 불과했더랬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기완이는 중학교 3학년으로 복학했고, 학교갈 때는 꼭 기타를 들고 가서 엉터리 콘서트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가르쳐주는 대로 배우지는 않고서 자기 마음대로 신명나는대로, 그저 아는 코드를 아무거나 한 두개 바꿔가면서 마음대로 맞지도 않는 Key(조)로 노래를 불러댔으니까요. 그러다가 올해 2월부터 기타학원을 보내달라고 해서 정말 아까운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집에 유능한 기타선생이 두 명이나 있는데 비싼 돈을 내고 배우겠다니... 결국 어쩔 수 없이 노은에 있는 기타학원에 등록시켜줬더니 정말 열심히 다니면서 기초부터 새로 배우기 시작하더군요. 기완이 몰래 기타선생님에게 연락해서 이왕이면 복음찬송들을 가르쳐주십사고 부탁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기완이가 드디어 코드와 음정이 맞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몇 달 전의 일입니다. 그러더니 교회에서 특송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엉터리로 불러서 오히려 예배를 망쳐놓을까 걱정이 돼서 몇 번 미루다가 지난 달에 처음 시켰더니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연주와 노래가 조화를 이루며 불렀습니다. 보통 자녀들에게는 평범한 일이겠지만 기완이에게는 의미가 매우 큰 사건이었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의 소박한 재능을 하나님께서 받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는 드디어 스스로 기타줄을 Tuning(조율)하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자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오랜 기도가 응답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더 높은 다음 단계를 바라봅니다. 기완이가 마음껏 찬양할 그 날을 바라봅니다.
	[인쇄하기] 2014-11-29 23: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