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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회를 다녀와서 시장한 김에 바나나 한 개를 삼키듯 먹었다. 그 옆에 보니 귤도 있길래 하나 입에 털어 넣듯이 먹었다. 잠시후, 케익이 있길래 크림이 두툼한 한 조각 베어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먹으면 속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케익은 이미 식도를 지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 느낌이 좀 있어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취했다. 뱃속에서는 천둥치는 소리가 난다. 지축이 꺼지는 느낌도 있다. 기대했던 방출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진만 계속 요란하다. 내 몸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나는 도무지 이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다. 공복에 삼킨 세 가지가 물질들이 서로 싸우는 것인지, 아니면 잘만났다고 좋다고 서로 부둥켜 안으며 팔짝팔짝 뛰고 있는 것인지... 자성을 띠지도 못하는 유기질들이 서로 밀쳐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신비한 포뮬러로 조합되어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제3의 물질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설명이 안 되는 현상.
"이쯤 되면 이런 물질이 방출되는데"하는 반세기의 경험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그렇다고 배가 아픈 것도 아닌... 그런 현상, 이런 작은 사건을 통해 일체의 비결을 깨달은 듯한 착각이 든다. 이것이 오늘 아침 순식간에 세가지 음식을 삼켜버린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한 복잡한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방금전에 먹은 음식이 내 속에 들어가서 어디를 지나가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볼 수 없다. 내 몸이라고 하지만 결국 원리도 모르는 자동차, 전파의 성질도 모르면서 끼고 사는 휴대폰, 알고리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Windows 화면처럼, 나는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른다. 나의 머릿 속 생각은 더 모른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가 된다는데, 나는 왜 내가 먹은 음식이 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이 천둥과 지진소리는 도대체 무슨 현상인가? 나의 뇌하수체가 어떤 명령을 내려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이렇게 내가 나를 모르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먹었길래 저렇게 날뛰는지 나는 그 사정을 다 알 수 없다. 다만 겨우 얻어내는 함수같은 해답은, "그럴 수도 있겠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오죽하면 저럴까..." 미지수 같은 것들뿐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설명할 수 없으면서 당신 속에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고 규정하려했던 나의 보이지 않는 지체(어쩌면 뇌일 수도 있고)의 실수들을 눈과 손가락이 대신하여 반성하는 말들을, 부지런히 글자로 바꾸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다만 나를 만드신 그분만이 나를 온전히 아신다. 나를 지으신 주님 찬양합니다. 주님이 제작하신 목적에 맞게 오늘도 작동하게 하옵소서. 갑자기 뱃속의 천둥소리가 그치고 잔잔한 평안이 잦아든다.
시139;13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내가 은밀한 데서 지음을 받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음을 받은 때에 나의 형체가 주의 앞에 숨겨지지 못하였나이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