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것으로 치면 이 여인처럼 자기 인생에 적극적인 사람이 더 없을 것처럼 보인다.
이 여인은 불행에 굴하지 않고 맹렬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은 역으로 보면 그만큼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또한 예수님이 영생의 생수를 주겠다고 말씀하실 때 자존심을 내려놓고 잽싸게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재촉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여인은 결코 헛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루중 가장 더운 정오에 물을 긷는 치밀함, 그리고 유대인들의 멸시를 역으로 받아치면서 사마리아인들은 적어도 야곱의 우물을 마신다는 역사적 자부심도 붙들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에도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신앙의 정통성 문제로 쉴드를 치는 순발력으로 보아 나름 종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말처럼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자신은 사마리아인들로부터조차 손가락질을 당할지 모르지만 그녀는 결코 누구에게 폐를 끼친 적이 없었고, 아무런 도움도 요청한 적도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그러나 주님이 보시기에 그 인생은 불쌍한 인생이다. 누구와도 진실한 만남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마리아라는 도시에 살면서도 철저하게 고립된 인생이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열어놓지 못하는 고독한 인생이다.
처절한 고독은 큰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예수님은 고독하고 비천한 인생들을 찾아 인간으로 오셨을 뿐 아니라 사마리아로, 수가성 우물가로 한층 더 낮은 자리로 찾아오신다.
그녀는 현란한 언변으로 철저하게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있었지만 예수님의 사랑은 그녀의 모든 가면을 뚫고 그 안에 고통하는 영혼을 만나주시고, 구원하여 회복시켜주신다. 예수님과의 진정한 만남은 현세에서부터 누리는 천국의 관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