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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악인의 형통이라는 문제일 것이다. 내가 아무리 "두고 본자"고 해도 그 모든 일들의 결말을 다 보지 못할 때, 악인이 오히려 더 편안히 여생을 보내는 것을 볼 때(시73편) "하나님도 속수무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거나 아니면 체념조로 "저런 인간들은 지옥에나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님이 제자들을 떠나시면서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20)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믿음의 선배들처럼 죽음 앞에서도 "할렐루야" 찬송하면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코 그럴만한 위인이 못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
주님이 나에게 가지신 기대치와 나의 현실 사이의 간극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내가 믿음이 약해서 그런 것인가? 믿음을 주시옵소서 간절히 기도해도 여전히 현실의 문제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오죽하면 바울같은 스승을 버리고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으며(딤후4:10), 예수님에게도 가룟유다같은 제자가 있었을까. 그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주 넘어지고 자주 후회한다
우리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로서 영적인 존재이지만 여전히 몸은 물질주의 세상 속에 뒤섞여서 살아가고 있다. 즉 물질의 원리와 영적인 원리 두 가지 법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달리 말해서 두 임금 사이에서 살아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임금이 위협하지만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주님의 약속의 말씀이다. (요16:33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악인의 형통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이 갈등은 우리가 너무 물질세상의 법만을 바라보고 살기 때문이다. 시편기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고뇌하지만 견고한 결론을 얻었다.
시편이 첫편부터 이야기하는 그 복은, 부조리한 현실에 부적응하는 성도의 삶의 현장 속에서, 여전히 하나님이 악인을 가만두지 않으실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붙드는 것이다. 오직 "임마누엘의 주님"을 최종의 위로로 삼는 사람이 진정으로 복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복이 있는 사람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