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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제자들은 적어도 두 차례 "누가 크냐"는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먼저 변화산에서 내려왔을 때(막9:34, 눅9:46), 두번째는 최후의 만찬을 마친 직후(마20:21, 눅22:24). 특이한 점은 두번째 다툼은 존재하지도 않는 예수님의 좌의정과 우의정의 직위를 선점하는 문제였고, 세베대의 아들들(야고보, 요한)의 어머니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두 번에 걸친 이 논쟁의 공통점은 예수님의 공생애 후기라는 점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을 만큼 받은 후에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이 그러니까 예수님을 통해서 개인의 출세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제자들의 서열을 만든 것은 예수님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막5:37), 변화산에 올라가실 때(마17:1), 감람산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실 때(막14:33), 예수님은 매번 특정 3인을 데리고 다니셨다. 그러니까 다른 제자들도 그들을 특별한 계층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논쟁의 발화점이 핵심그룹(inner circle)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비교적 예수님과 가까이 수행하던 세 사람이 서로 사이가 좋았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세 사람을 더 가까이 두신 것은 더 열심히 섬기라는 뜻이었던 것인데 그들은 개인의 명예나 이익의 기회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다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섬김과 희생의 기회라고 바로 이해했다면 서로 먼저 섬기고 희생하겠다고 다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길래 이런 실수를 했을까? 그들은'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의 나라와 비슷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누가 크냐는 논쟁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도무지 큰 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큰 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말씀이다. 높아지려 하는 자는 도리어 자기를 종의 모습으로 낮춰야 한다는 말씀이다(막9:35).
반면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고난과 희생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뭔가 부담스러운 이야기임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기도 두려워"(눅9:32)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메시야에 대해서도 반쪽짜리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야서(53장)가 말하는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낮은 모습으로 오신 메시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전한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고작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이 전부라면 잘못된 것이다.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할 의무와 책임에는 무관심하고, 때가 되면 다 누리게 될 권리에 대해서는 먼저 요구한다.
결국 제자들이 노리던 예수님의 왼편과 오른편은 두 강도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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