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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 중에서 가장 훌륭한 어머니를 꼽으라면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빠질 수 없다. 400년 동안의 암울한 사사시대가 끝나갈 무렵 출애굽하여 가나안에 정착한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가운데 세속주의가 들어와 판을 치고 있다. 사사기의 결론은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이다.
하나님은 제사장들을 통하여 율법으로 직접 백성을 통치할 계획이었지만 제사장 집단들도 타락하고 심지어 대제사장 엘리와 그의 뒤를 이을 홉니와 비느하스는 민족의 신앙을 이끌어가기는 커녕 오히려 (엘리의 말을 인용하자면) "백성으로 하여금 범죄하게 하는"(2:24) 자들이었다.
이런 시대에 특별한 아픔을 가지고 눈물로 한숨짓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말단 제사장 엘가나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한나였다. 그 가정의 아픔은 역시 사사기 말엽의 타락한 풍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사장이 첩을 둔 것이었다.
마치 아브람의 첩 하갈이 사라를 멸시했던 것처럼 자식이 없는 정실부인은 그 지위를 위협받게 마련이다.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로 위로하지만(1:4-8) 한나는 그런 특별대우와 립서비스(Lip Service)에 위로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이 문제를 하나님께로 가지고 간다.
타락한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때문에 슬퍼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순결한 기도의 사람 한나를 통해서 타락한 민족을 다시금 하나님께로 회복시킬 지도자를 낳게 하신다. 하나님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들은 그 시대 속에서 하나님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런 자녀들을 낳아 기르게 하신다. 한나의 눈물과 한숨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타락한 이스라엘을 바라보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아픔을 공유한 것이었다.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저마다 제 잘난 맛에 살던 사사시대 말엽에 한나는 놀라운 축복을 경험했다. 더 이상 슬픈 여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높여주시는 위대한 어머니가 되었다.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했지만(1:11), 실제로 아들이 태어난 후에 변함없니 그 약속을 이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하나뿐인 아들을 성소로 보내어 아기때부터 성소의 일을 섬기게 한다는 것은 부모가 인간적으로 기대하는 모든 야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마치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단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헌신이다. 그 후에야 하나님께서는 삼남이녀를 더 낳게 해주셨다(2:21). 그러나 사무엘을 드릴 때는 아무 자녀도 없었다. 한나는 믿음의 고백을 노래로 불러드렸고, 하나님은 그 노래가 현실로 이루어지게 해주셨다. 그녀는 민족을 하나님께로 회복시킬 사무엘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사시기 말기와 같은 오늘날 하나님은 한나의 노래를 함께 부를 어머니를 다시 찾고 계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