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듣고 싶지 않은 흉포한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들이 특정인에 대한 원한이 이유였다면 요즘의 사건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특이한 점입니다. 범인들은 대부분 무직자이거나 정상적인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 기회를 얻지 못하고, 더 이상의 꿈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날 때, 국가공동체는 너무나 큰 댓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사건을 맡은 경찰 책임자는 “앞으로는 우범자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여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겠다. 전자발찌에 wifi기능을 더해서 건물 지하에서도 위치추적이 되도록 하고, 끊을 수 없는 띠를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국회는 전자발찌 착용 의무를 소급적용하여 해당법 시행 이전의 범법자라도 추가적으로 발찌를 차게 하는 법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얼마나 친절하고 고마운 말씀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차별과 인권을 유린당하는 외국인 근로자, 동족이면서도 근본이 없다고 무시당하는 탈북자들과 중국동포, 젊고 건강한데도 적당한 직업을 찾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루져(loser)’라는 이름으로 방치되는 한 경찰 인력이 아무리 늘어나도, 법이 아무리 엄격해져도 범죄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도시의 변천사를 보면 어느 도시나 ‘다운타운’이라는 중심지가 있습니다. 서울역이나 대전역 같은 곳이지요. 교통이 좋으니 도시가 형성되는 시발점이 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듭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들면 부자들은 조금씩 도시 외곽으로 주거를 옮기고, 상주인구가 빠져나간 ‘다운타운’은 밤이면 우범지대로 변하게 됩니다. 뉴욕의 할렘가, 시드니의 뉴타운, 한국의 서울역, 공통점은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밤이면 무법천지가 되는 곳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피해 외곽에 새로이 둥지를 튼 부자들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소지하고, 안전펜스와 CCTV로 사방을 두르고, 맹견을 풀어놓지만 수면제의 도움 없이는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없습니다. 우범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전자발찌를 채워서 어디를 가나 위치를 추적하는 것으로 어떻게 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까? “잡히면 감옥에 가면 되고, 안 잡히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20대의 가냘픈 순경들의 53cm짜리 곤봉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들은 이미 신분이 공개되어 어디를 가든 기피대상이 되는데 무슨 직업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흉포화되어 가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 세상에 자기 잘못이든 남의 잘못이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든 어떠한 이유로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흉악한 뉴스를 피할 길은 없습니다.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공동체적 안전망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흉포한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아니면 이 시대의 아픔을 치료할 법과 제도가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