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들으면 앞 뒤 말이 잘 맞지 않는것 같지만 이건 분명 현실이고 사실이다. 텍사스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할 때 아침마다 나를 보면 Good morning dad 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때 나이 19살. 나도 그러면 늘 Good morning son 이라고 대꾸 했었고. 그냥 그렇게 우린 daddy 와 son 으로만 서로를 호칭하며 지내다 이라크로 파병을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녀석이 나를 찾아와 심각한 어투로 말을 했다. 자기를 Son 으로 불러 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나를 dad 으로 부르게 해 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쏟는다.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어릴적 3살 때 자기 아빠가 자기 남매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고 몇 년후 엄마마저 자기들을 버려서 자기와 누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랐노라고. 그래서 10대 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누군가를 daddy 라고 불러 보는 것이 소원 이었단다.
이 말을 듣는 내 콧등은 찡해 왔고 내 눈시울은 붉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이 녀석 손을 잡고 예하 중대를 찾아 갔다. 그곳에서 병사들을 모아 놓고 공식적으로 선포했지. 오늘부로 이 녀석은 내 아들 이라고. 그 어느 누구도 내 아들 건들면 내가 가만 두지 않겠노라고.
그리곤 그 녀석에게 약속 했었다. 오늘 이후로 난 단순히 너에게 호칭만으로 daddy 가 아니라 진짜 네 아버지가 될것이라고. 내 가족들에게도 소개하고 널 우리집 큰 아들 삼을 거라고.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샤워와 화장실 그냥 너 와서 써도 좋다면서 키 까지 건내 주었다. 사병들은 원래 공동 샤워장을 사용해서 인석이 좀 불편해 할 것 같아서. 그날 이후로 우린 전쟁터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되어 매일 같이 밥 먹고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인석이 나타나 Hey daddy, what time is your service? 라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야 아버지가 채플린이라고 너 기독교인 되려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 난 그저 네 아버지 일 뿐이지 널 이렇게 강제적으로 교인 만들려던 의도가 아니야. 그랬는데 인석이 심각하다. 지난 몇 달 지켜 보았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는 그 아버지가 섬기는 하나님이 좋고 만나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쓰던 성경책을 줬다. 감격의 눈물로 성경을 받아 들고 하는 말. 자기 평생 처음 받아 보는 성경책 이란다. 그리곤 이 아이는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오늘은 문득 이 아들 녀석이 그립고 생각이 난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좀 무심했었는데 오늘은 전화도 걸고 이 녀석에게 선물도 하나 보내야 겠다. 그리고 조만간 찾아가 밥이나 같이 먹어야 겠다. 암튼 난 백인 아들을 둔 키 작은 한국인 아버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