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너무나 아까워 현충원에 갔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가도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나는 계속 무언가에 바빠서 늘 돌아다니고 있다. 하여, 잠시 메모지 한 장과 펜을 들고 나무 밑 벤치에 앉아보았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가을하늘을 숨쉬는 나무들처럼 우주에 가득찬 가을을 맛보기에 그것만으로 넉넉했다. 더 요구할 것이 없었다. 여기 현충원에서 만난 수많은 인생의 자취들은 생전의 숱한 관계와 사연들을 뒤로 한 채 조그만 돌비에 이름 석자에 출생일과 사망일만 남긴 채 누웠다. 그 두 연도 사이를 수 놓았던 깨알같은 사연들을 작은 묘비에 어찌 다 적을까? 그토록 한숨짓고 분투하던 애환들은 지금은 누구의 몫이 되었을까? 벤치에 등을 맞대고 앉아 그저 흥얼거려본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나를 만족케 하는 것은 그저 작은 짜투리 시간과, 할 말 없이 함께 있어도 부담 없는 좋은 친구 하나 뿐, 더 이상 무엇도 아쉽지 않더라. 전도서 9:7-9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네 의복을 항상 희게 하며 네 머리에 향 기름을 그치지 아니하도록 할지니라.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