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축제는 어딜 가나 술판, 싸움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영국영화에 나오는 귀족들의 무도회는 품격이 있어보인다. 본문에 나오는 다윗왕은 본래 목동 출신이요, 왕비 미갈은 품격이 다른 왕의 딸로서 출발점이 아주 다르다. 법궤가 예루살렘으로 들어올 때 다윗이 베 에봇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 미갈의 눈에는 품격에 문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일 때문에 미갈은 평생 자녀를 낳지 못했다. 반면에 다윗은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한 왕국의 언약을 받았다(삼하7:12-13). 미갈의 혹평과 달리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예배를 기쁘게 받으셨다. 어려운 문제 이전과 이후 중에서 언제 더 간절히 기도하게 될까?경험상으로 보면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기도를 잊기가 쉽다. 그러나 다윗은 군사적, 정치적으로 승리와 성공을 거둔 후에도 신앙이 더욱 돈독해졌다.군사적으로는 숙적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죽고, 그의 잔당들도 모두 제거되었다.백성들은 이제 다윗이 이 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기뻐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활노래를 지어(삼하2:19-27)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이이서 그의 아들 이스보셋 그리고 아브넬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심지어 사울을 추종하던 모든 지파들이 다윗을 "우리의 골육, 진정한 우리의 왕"으로 인정하게 되었다.다윗은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심지어 여부스의 땅을 점령하여 다윗성을 세움으로서 지리적으로도 최고의 안전을 확보하게 되었다. 사울시대의 느슨한 지파연맹형태의 국가에서 명실공히 통일왕국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그러나 다윗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을 찾았다. 사사시대 엘리제사장 때 블레셋에게 빼앗겼던 법궤는 우여곡절끝에 이스라엘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성소가 마련되지 않아서 이곳 저곳을 전전긍긍하다가 오벧에돔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사백년이 넘도록 홀대하던 법궤를 다윗은 정성을 다하여 예루살렘으로 가져왔다. 법궤는 이스라엘이 군사적, 정치적 공동체가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에 기초한 신앙 공동체임을 알려준다. 군사적 정치적 성공 이후에도 다윗은 온 백성들과 함께 여호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견고히 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다윗이 여호와 신앙을 이데올로기화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폄훼하지만 몸이 드러나도록 춤을 추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정치적 야망을 찾아볼 수 없다. 다윗이 법궤를 다윗성으로 맞이하면서 기쁨의 예배를 드리며 춤을 출 때 그의 왕비 미갈은 동참하기는 커녕 창문으로 내다보며 경멸하고 있었다. 온 백성들에게 축복하고 이제는 가족들에게도 축복하기 위하여 궁으로 돌아오는 다윗의 면전에 미갈은 저주와 폭언을 퍼부었다. 왕의 품격이 형편없다는 말이었다. 태생부터 왕족이었던 미갈의 눈에는 품격없는 예배였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지상 최고의 예배였던 것이다(암9:11). 철학과 문학의 현란한 언어의 품격은 없어도 진정한 예배자로 인정받읍시다. |
